이 책은 들뢰즈의 <마조히즘: 냉정과 잔혹>과 아울러 증후비평의 전형으로 알려진 들뢰즈의 영화론을 전격 해부하는 시리즈의 첫 권이다. 이 책은 깊고도 난해한 들뢰즈의 사상을 영화라는 대중적인 매체를 통해 독자들이 비교적 수월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그의 사상에 주석을 달고, 그가 제시한 영화 작품들을 해설하고, 그 핵심적인 요지들을 추려내어 요약하고 있다.
들뢰즈의 영화론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. 첫 번째는 물질의 운동이 이미지로 가시화되어 점점 주관적인 능력들(지각, 정감, 충동, 행동)로 변주해가는 과정을 다루는 “운동-이미지”이며, 두 번째는 물질의 운동을 넘어서는 주관성의 심층적인 역량인 기억과 사유의 양상을 고찰하는 “시간-이미지”이다. 그리고 이 모든 이론의 배후에는 ‘물질과 기억’의 철학자 베르그송이 있다. 베르그송은 정신과 물질의 대립이라는 이원론을 해소하기 위해 ‘이미지’라고 부르는 반-주관적 존재의 개념을 창안하였다. 들뢰즈는 바로 영화가 베르그송이 말한 이미지를 가장 잘 예시해줄 수 있는 매체로 간주하고, 영화사에서 일어났던 다양한 이미지 편집 방식을 고찰하면서 베르그송의 이미지론을 구체적으로 육화하고 있다. 그래서 들뢰즈의 영화론은 영화를 매개로 한 베르그송 이미지론의 재창조이다.
들뢰즈에게 이미지는 의식 이전에 물질-운동-빛이라는 존재론적 근거 위에서 성립한다. 따라서 들뢰즈의 영화론은 철학적으로 이미지-존재론에 해당하며, 이것은 이미지를 의식의 능동화 과정으로 주관화했던 사르트르의 이미지론(<상상력>과 <상상계>)과는 대립하는 위치에서, 사르트르가 간과했던 틈새인 영화를 통해 새로운 유형의 이미지론을 구성한 것이다.
이 책 <씨네마톨로지1>은 들뢰즈 영화론의 첫 번째 부분에 해당하는 운동-이미지를 이론적으로 분석하고, 이 운동-이미지가 영화사에서 현존했던 많은 유파들(미국의 리얼리즘, 소비에트의 변증법주의, 프랑스의 인상주의, 독일의 표현주의 등)의 편집 방식에 의해 변주되는 양상들을 소개한다.
학박사(영문학), 문화비평가. 계간 문예비평지 「비평」(2001)에 예술론인 「문학(예술)에서의 본질과 표현: 전체성의 새로운 모델」을 실으며 비평에 입문함. 그 후로 학술·문화 관련 논문과 평론들을 기고하고, 번역·저작 활동과 아울러 들뢰즈의 영화와 예술 그리고 미디어론에 관한 강의와 저술 작업을 하고 있다. 주요 번역서로 프레드릭 제이미슨(Frederic Jameson)의 「지정학적 미학」(2007), 브라이언 마수미(Brian Massumi)의 「가상계: 운동, 정동, 감각의 아쌍블라주」(2011), 「정동정치」(2020) 등이 있으며, 주요 저술로는 「들뢰즈의 잠재론」(2010), 「들뢰즈의 씨네마톨로지」(2012), 「시선정동」(2022) 및 다수의 잡지 기고문, 학술 발표 논문들이 있다.